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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10.25] 전기 펑펑 쓰는 도시, '에너지 자급' 불가능?
관리자
Date : 2020.12.02

높은 전력 수요에 비해 도시의 전력 자립률은 상당히 저조하다. 프랑스 지리학자 장 프라수와 그라비에가 '파리와 나머지 프랑스의 사막들'이란 제목을 통해 묘사한, 한 곳으로 편중된 권한과 자원이 다른 지역들을 사막화하고 있다는 비판은 비단 프랑스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세계 대부분의 수도나 대도시들은 주변의 자원을 빨아들이며 지역을 황폐화해왔다.

 

 

전력 또한 마찬가지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전력이 고압 송전선을 타고 도시로 흘러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곽의 소외된 지역이 대도시에서 소비될 전력 생산을 위해 또 다시 희생되어야 하는 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에너지전환은 분산형 에너지를 지향한다. 지향을 넘어 당위라는 말이 맞는다면, 도시는 도시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옥상과 주차장, 유휴 공간들을 재생에너지 설비를 위해 내어주어야 한다. 그동안 도시는 햇빛이 잘 드는 옥상과 베란다, 유휴부지 등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왔다. 태양광 확대 속도가 가파른 곡선으로 상승하지 못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태양광에만 기댈 일도 아니다.

 

 

세계 각국은 도심 곳곳에 태양광 외에도 풍력을 다양한 모델로 적용하고 있다. 도시에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세우기란 어렵다. 그러나 풍력발전기는 대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심에 적합한 소형풍력발전기도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소형풍력발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미풍이나 도심에서 소형풍력발전을 적용할 다양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블레이드 회전자 면적 200㎡ 미만, 정격출력으로는 30kW미만을 소형풍력발전으로 분류한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위압감도 주지 않고 소음도 적다. 발전효율도 태양광 보다 1.5배 이상 높다. 그런데 왜 도시에서 소형풍력발전기를 접하는 게 쉽지 않을까? 우선 도시는 풍황 조건이 좋지 않아 풍력발전기 보급에 적절한 조건이 아니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풍황 조건, 매전을 위해 필요한 평균 초속 4.5m이상의 바람이라는 자원이 도시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풍황 조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형풍력발전으로 매전도 가능한 바람조건이 예측되는 지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강변과 같은 수변지역, 높은 고층 건물, 빌딩과 빌딩의 골바람이 부는 곳. 대부분의 도시는 강을 끼고 있고, 높은 건물들이 존재한다. 도시는 애초부터 풍력발전이 가능한 조건들로 형성되어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가능성을 현실화하지 않았을 뿐이다.

 

 

도시가 도시에서 필요한 전력을 가능한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면 우리는 태양광뿐만 아니라 빌딩풍이 있는 건물 옥상과 건물로 형성되는 골바람도 적극 이용해야 한다. 빌딩의 송풍구에서 나오는 바람을 활용하여 효율 높은 풍력발전이 가능한 곳을 찾아 곳곳에 풍력발전을 시도해야 한다. 가로등이나 보안등, 무선와이파이와 연계한 발전시스템도 가능하다. 이미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바람이 강한 건물 옥상에 소형풍력발전기를 설치한 사례가 있다. 중요한 것은 사례를 넘어서 일상적인 풍경으로, 실질적인 도시의 전력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풍력설비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기후위기와  대기오염 문제에 대응하고 핵발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위해 세계 각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력 소비가 큰 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도시가 에너지전환과 자립을 꾀하려면 태양광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아직은 시장과 산업 형성이 미흡한 소형풍력발전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 산업 초기에도 상대적으로 높았던 발전 단가를 지원해주었듯이, 현재 미약한 소형풍력발전 산업을 키우기 위한 지원은 필수적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풍황조사다. 수변구역, 고지대 및 빌딩 등 지형별로 유효바람을 소개하는 바람지도를 작성하여 풍력발전을 위한 기초자료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소형풍력발전 추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소형풍력발전 R&D를 적극 지원하고 테스트 베드, 시범사업을 확충하여 다양한 모델의 제품들의 지형별 활용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소형풍력발전이 일정한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정부와 지자체는 과감한 보급목표를 수립하고 보급사업, 보조금 지원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신축건물에도 타 재생에너지원에 부여되는 보정계수를 부여함은 물론이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도 상향할 필요가 있다. 도시계획 조례를 정비해서 소형풍력의 입지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어두운 밤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시설에 거부감을 갖지 않듯이, 내 집과 건물에서 쓸 전기를 위해 인입되는 전선과 전봇대 설치를 반대하지 않듯이, 그 전기를 생산하는 작은 풍력발전기가 주변에 설치되는 것에 대한 반대할 이유는 없다.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작은 발전시설들을 낯설고 이질적이고 멀리 두고자 하는 시설로 인지하는 것은 곤란하다. 전기를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지극히 당연하듯 발전시설 역시 외면할 수 없는 필수 시설이라는 동일한 사고, 접근이 필요하다.

 

 

출처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2513381660896?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